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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당칼럼

2013년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 참관기-이현삼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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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팀닥터 활동으로 한의학 위상 높이자”
김연경 선수 헐거워진 어깨…수기치료, 테이핑 치료 후 경기 나서 


배구협회 의무위원으로 위촉되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막상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팀닥터로는 참가하지 못하였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 ‘2013 아시아배구선구권대회’에 약 13일간의 대장정에 오르게 되었다. 
팀닥터는 선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선수단의 건강 및 컨디션을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준비사항이 많다. 

경기가 해외에서 진행되는만큼 현지의 날씨 및 기후 등의 환경조건을 먼저 파악해야 되고 특이한 풍토병이 있는지, 
조류독감처럼 유행성질환이 창궐하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태국 나콘라차시마에는 특이한 사항은 없었고 
동남아 일대가 우기인 시기라 갑작스런 스콜만 주의하면 되었고 기후는 한국의 여름과 비슷했다. 

무거움 몸을 이끌고 방콕공항에 도착하니 태국현지의 배구팬들이 우리 선수단을 둘러쌓다.  
여기가 태국 제2의 도시 나콘라차시마, 우리가 숙소로 있고 경기가 치뤄지는 곳은 한적한 시골의 신도시 느낌이였다.

팀닥터의 하루일정은 선수들과 항상 동행한다. 훈련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구급의약품과 침을 소지하고 다닌다. 
그리고 선수들의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동행한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부상 예방치료를 한다. 그리고 현지 숙소의 에어컨 상태가 좋지 않고 다수의 선수들이 초기에 편도감기 증상이 있었다. 
몇몇 선수는 배탈이 나고 신경성 복통도 있었다. 이런 내과적인 치료도 모두 팀닥터의 몫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의사 팀닥터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질환에 Doping Free Theraphy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준비한 약은 모두 KADA에서 Doping test에 안전하다고 검증된 약만을 준비해가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약을 준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의사는 침 하나만을 가지고 내과·정신과·부인과의 치료도 가능하지 않은가 ! 이렇게 모든 선수를 치료하고 나면 12시는 훌쩍 넘는다. 
그래도 고마워하는 선수와 좋아지는 경기력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선수들이 힘드시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하면 이런 말을 했다. 
‘난 13일동안 너희 12명만 보면되는데 이건 정말 편한거다’라고.

미얀마 예선전이 끝나고 opening ceremony가 있었다. 16개국 모든 참가국의 선수단이 모여서 만찬을 즐기고 쇼도 보았다. 
이곳에서 태국이 배구에 얼마나 정열을 가지고 투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날 단장님과 감독님 그리고 필자는 general committee에 참가하여 
경기진행사항과 의료진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16개 참가국 중 11개국은 팀닥터가 동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최국에서는 근처의 Maharatch hospital을 대회지정병원으로 선정해 놓았고 매우 좋은 의료진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쓸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긴급상황시 연락처도 받아 놓았다.

경기 4일째 이란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히잡을 쓴 선수의 모습을 직접 보니 새로웠다. 온몸을 긴팔 긴바지로 무장했다. 
정말 손과 얼굴만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복장은 당일 경기장이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부러워했다. 

경기 5일째 중국과의 예선전은 0:3으로 졌다. 그렇지만 경기내용은 해볼만 했다. 중국의 주팅(Zhu Ting)은 점프력이 어마어마 했다. 
거의 우리 선수들 위에서 날아다니는 듯했다. 나이도 어리고 해서 한동안 한국을 괴롭혔던 왕이메이의 후계자 같았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충천했다. 

경기 6일째 카자흐스탄전을 이기고 4강 진출을 했다. 사실 4위를 하여 그랑프리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라 목표의 절반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더 높은 목표를 선수들이 원하고 있었다.

경기 7일째 준결승전인 일본전은 선수들이 이상하리만큼 긴장을 하고 있었다. 작년 런던올림픽의 복수전을 하고 싶다는 부담감이였을까? 
아무튼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필자도 같이 힘들었다. 이날 코칭스텝들도 잠을 잘 못자고 필자도 악몽에 시달렸다.

카자흐스탄전과 일본전 후에는 Doping test가 실시되었다. 팀닥터가 조직위에서 번호를 무작위로 뽑은 후 그 선수에게 urine sample을 얻는다. 
이 과정 중에 항상 팀닥터는 선수와 함께 하면서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 어떠한 일도 팀닥터의 동의없이 검사관이 할 수 없게 된다. 
Sample을 얻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물을 계속 마시고 꾹 참았다가 한번에 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명의 사람들 속에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것이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선수와 같이 앉아서 농담도 하고 생수로 같이 cheers! 를 여러번 했다. 

다행히 12시 전에 모두 끝나고 조직위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이번 선수단에서는 ‘치료목적사용면책서’(TUE, Theapeutic Use Exemption, 금지약물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해야 되는 경우 경기 한 달 전, 
사용 전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승인 여부를 기다려 승인 결과가 나오면 사용이 가능한 제도)를 제출한 선수가 없었다. 
이것도 물론 협회에서 다 준비하지만 팀닥터가 출국 전 미리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다음날 3-4위 동메달 결정전은 중국으로 결정되었다. 태국이 중국에 역전승을 한 것이다. 선수들도 놀랬다. 
당연히 결승에서나 붙을 줄 알았던 중국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이제 부담감은 중국이 더욱 커보였다. 숙소에서 만난 중국선수단은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경기 중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처음 보는 모습이였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어려운 상대였다. 경기는 초반 세트스코어 2:0으로 내주었다. 
하지만 3세트 들어가기 전 우리 선수들이 모이더니 ‘이 대회 마지막 세트가 될 수도 있다. 즐겁게 하자!’하더니 갑자기 우리 선수들이 달라졌다. 
얼굴에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고 점점 발이 가벼워지더니 세트스코어 2:2. 중국선수들은 완전히 우리 선수들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선수지만 세계적인 선수인 김연경 선수의 어깨는 대회내내 불안정성이 있었기에 세트 끝나고 점검해보니 많이 헐거워져 있었다. 
수기치료와 테이핑으로 다시 어느 정도 치료해놓고 다시 경기에 나섰다. 정말 이런 선수들은 정신력이 남달랐다. 

결국 5년만에 중국을 이겼다. 그것도 3:2로 역전승을 했다. 결국 마지막날에 한·중·일 삼국 중에 한국만이 웃었다. 
금메달이였으면 좋겠지만 중국을 이기고 얻은 동메달이여서 더욱 값진 메달이였다. 이렇게 대회가 잘 마무리되고 귀국을 했다. 
비교적 긴 대회였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았다. 

다만, 한의사 팀닥터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수들이침 시술을 받는 경로가 한의사가 처음이 아닌 경우가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침술의 안정성이나 효과에 대해 의심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것은 비록 한 종목의 선수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의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비정상적인 경로로  한의학적 진료를 받고 치료받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한의사 선후배님들이 팀닥터로 활동하시지만, 더욱 많은 한의사가 더욱 많은 각 종목의 팀닥터로 활동하여 
대한민국의 국위도 선양하고 한의학의 위상도 드높혔으면 한다.  

이현삼 / 오성당한의원 대표원장